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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2023년 나는 이렇게 지내

(날짜는 왜곡됐을 수 있음. 써치 방치를 위해 *** 표시함)

2월

더 이상 백수로 지낼 수 없다는 생각과 그간 꿈꿔왔던 외항사 승무원의 꿈을 이루고 싶은 마음에 카타르와 *** 항공 지원 완료! 1차 지원은 다 붙여줬다고 들었고, 해외 여행 중에 ***에서 2차 인터뷰 요청을 받고 뒤룩뒤룩 살이 쪄있었으나 어찌저찌 완료 ㅎㅎ

3월

카타르 면접장 갔더니 늘씬하고 예쁜 사람 한 가득... 물어보니 항공과 출신들이 많았다. 코로나 때문에 국내 뿐 아니라 외항사까지 눈을 돌리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퉁퉁이인 나는 다소 떨렸지만 웃으면서 잘 대답했고 인비 받음! 하지만 다음 날 스카체크 단계에서 떨어졌다 ^^.. 초등학교 2학년 때 내 손등 연필로 찍은 쾌남아! (이름 아직도 못 잊어) 넌 기억도 못하겠지만 내 손등에는 평생 흉터가 남았어 to be fair 너도 평생 설사병 걸려라

4월

아마 이 때쯤이었나..? *** 2차 7-80% 정도는 떨어진대서 별 기대 없이 메일 열어봤더니 합격!! 나 같은 퉁퉁이에게도 기회를 주는 구나... 뭔가 좋은 예감이 들어서 나름 살 빼서 가자고 2키로 정도 뺀 것 같음.

그리고 이 때부터 카페 알바를 시작했다.
외항사 승무원에겐 서비스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인데, 나는 대학교 저학년 때 외에는 학원 강사 혹은 과외만 진행했기 때문에 너무 업데이트가 안 되어 있었다. 기왕이면 직영점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매뉴얼도 제대로 갖춰있고 근무하면 근무하는 대로 수당 쳐주는 곳이 좋았다. (전 회사의 악몽으로 인해 나에게 워라밸은 필수..)

5월 *2023년 가장 중요한 달*

드디어 *** 면접장에 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돈 주고 샵 가서 어피도 받아보고 (면접관들이 엄마미소를 지으며 ‘I like your hair style. Hope you can do it yourself someday' 할 정도로 솜씨가 대단했다. 그렇지만 나중에 알게 된 사실로는... ***은 내가 한 어피를 하려면 완전 고참이 되어야 한다는 점ㅋㅋㅋ trainee도 아닌 지원자인 내가 그 머리를 하고 갔으니 허허) 떨어질 지도 모르니 굳이 옷은 따로 사지 않은 채 2차 때 입은 원피스 입고 갔다.

카타르 면접장보다 *** 면접장이 더 마르고 예쁜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167-168cm 정도 되기 때문에 나름 키가 큰 편이라 생각했는데 170cm은 가볍게 넘겼고 체격은 나의 반쪽이었다. 완전 아이돌 모임 같았다.

솔직히 내가 본 지원자들 영어 못했다.. 문법이나 발음 등등 정말 스크립트 외운 것마냥 한국식으로 대답했다. 예를 들면, 'because I think' -> '비코즈 아이 띵크’ 이런 식으로 발음했다. 하지만! 그들은 외적으로 너무 완벽한 승무원 그 자체였다 감탄이 절로 나왔음ㅋㅋㅋㅋ 다들 어리기도 했고.... 그나마 내가 그들보다 slightly 나았던 점은 오직 영어 실력 뿐....ㅠㅠ 그래서 쭈굴쭈굴해지기도 했고 100% 확신은 없었다.

어..? 근데 계속 합격했다. 뭐지?...
심지어 최종 면접에 가서 질문을 받는데 이미 표정부터 ^___^ 이렇게 활짝 웃으시며 인자하게 들어주셨다. 카타르와 완전 딴판.. (카타르는 스카체크 단계에서 인격적으로 모독을 당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첫 면접 이후 apply도 안 하고 있다. 사무직으로 돌아가는 한이 있어도 안 가^^)

대충 내 인터뷰 플로우는 이랬다. 1) 자기소개 2) 이전 일했던 직장들이 다 유명한 회사였는데 그만 두는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건 엄밀히 따지면 질문 아닌데 한국인 면접관님이 말씀해주셔서 그냥 티키타카로 대답했음) 3) 지금까지 한국인 면접관과 나눈 대화를 옆에 앉은 외국인 면접관에게 영어로 말해줄 수 있냐 4) 너 외국인 친구 많지? 5) 질문 더 있는지 서로 확인하곤 No I'm done. 하고 둘 다 흡족한 표정으로 끄덕임

여기서 느낌이 왔다. 나... 붙었구나..
2번 질문에 대답을 꽤 serious 하게 한 것 같은데 뭔가 감동 받으신게 느껴졌다 ㅋㅋㅋㅋ

대충 복기하자면 : Of course it took a lot of courage to quit my previous job because I'd really tried to get that job but I always knew that I wanted to be a cabin crew, so I could quit my job without any doubt. While I was waiting for this interview sitting down in a hallway, I read a message '~~~~ Do what you love. It may change your life.' I think a cabin crew is the job that I love and I want to believe it can change my life.

그치만 꾸며낸 말이 아니고 정말 내 진심이었다! 결과는 당연 합격!

이제 마지막으로 유니폼을 입어야 하는 단계가 왔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대기하고, 결국 입어보는데....! 하.... 가슴에서 올라가지 않았다.. 당황한 나머지 'excuse me, but do you have different size of the top?' 했고 거짓말 안 하고 6-7벌을 입어봤다. 그런데 사이즈가 다 똑같이 느껴졌다 ㅋㅋㅋ 기가 막히게 모든 사이즈가 가슴에서 올라가지 않았다. 참고로 내가 뭐 어마어마한 가슴을 갖고 있는 사람도 아니다... 살이 쪘기 때문에 다른 지원자들보다 덩치가 있고 75C~D 정도 되는 사이즈였을 뿐... 결국 본인이 직접 확인해봐야겠다고 하시곤 사람들 다 있는데서 내 브라를 오픈하며 (ㅠㅠ) 유니폼 상의가 배와 허리까지는 들어가지만 가슴에서 걸려있는 모습을 보시더니 ‘Ok I'll just check with your dress on' 하시곤 등드름과 워킹 테스트를 하셨다. 그리고.....!! 몸무게를 쟀다 하하하하. 건강검진 때 병원에서 잰 키보다 2-3cm는 적게 나왔고 몸무게는 집에서 잰 것보다 1키로는 더 나갔다. bmi 계산을 하더니 'you have to lose your weight.... like 5.' 이럴 수가... 나름 2키로 빼서 간 건데 5키로나 더 빼라니.. 하지만 나는 웃으며 말했다. 'Sure! I can do that!' 그런데 그 순간 대빵처럼 보이는 분이 오시더니 내 몸무게를 보시곤 아주 단호하게, ‘No. 8. At lease 8.' 하셨다. 속으로 소리질렀다. 8키로라뇨!! 제가 중학생 때도 그 몸무게는 아니었다고요!! 하지만 활짝 웃으며 말했다. ‘Okay! I can do it. I swim everyday.'

그렇게 나는 모델같았던 지원자들이 contract에 사인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무한 대기를 하다가 결국 holding 되었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엄마한테 전화를 하며 하소연했고 운전 중인 남자친구한테 씩씩댔다.. sry ^^... 면접 결과로만 보면 합격이지만 결국 합격이 아니야.. 뚱뚱해서....!! 어떻게 8키로를 빼 ㅠㅠ~~~!! 그리고 씩씩대며 마라탕을 흡입했다 ㅋ 남자친구는 충분히 뺄 수 있다고 하더라... 얄미웠다. 엄마랑 언니는 그딴 곳이 다있냐며 거기 가지 말랬다 ㅋㅋㅋㅋㅋ 나 대신 더 화내주는 가족의 목소리를 듣고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 나 뚱뚱해!!! 그치만 너무 가고 싶은 회사인 걸 ㅠㅠ

살을 빼기로 맘 먹고 알바 휴식 때나 데이트 할 때 포케 이런 것만 먹었다. 원래 미친 듯이 먹는데 말이야..



어 근데 지금 보니까 꽤나 잘 챙겨 먹었네 머쓱..^^


6월

먹는 건 사실 조금 줄였다. 나는 마라탕과 마라샹궈 없으면 살지 못하는 몸이었기 때문에 자제할 수 없었다. 대신 오랜만에 운동을 했다. 열심히 한 건 아니고 그냥 따릉이 타고 한강 라이딩하기.. 무작정 한강 따라 집까지 걷기 정도 ㅋㅋ

 


이 날은 새벽까지 걸어서 자정까지의 데이터만 측정됐는데, 약 37,000보 걸은 것 같다. 온 몸의 뼈가 으스러지는 줄 알았다. 근데 걷는 중 실시간으로 살이 빠지는게 느껴졌다. 집 가서 재보니 정말 2키로 가량이 빠져있었음.

국내 여행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잘 지냈다! 아르바이트가 날 힘들게 했지만 감사하게도 직원분들이 날 예뻐해주시고 정말 잘 챙겨주셨기에 견딜 수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때부터 정신병이 생긴 것 같았다. 일하다가 창 밖으로 지나다니는 마른 여자들을 보면 ‘와 저 사람은 유니폼 들어가겠다.’ 이 생각만 들었다..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정신에 단단히 문제가 생겼다는 걸 ㅠㅠ

7월

날이 점점 더워져 따릉이를 탈 수 없게 되었고, 결국 집 앞 헬스장을 등록했다. 러닝머신 탄 지가 1년 만이었다..

 



그리고 셀프 네일에 빠졌다.



비록 알바 때문에 연속으로 쉬는 날 필오베 바르고 2-3일 정도 밖에 못 유지했지만 ㅎㅎ 언젠가 알바 그만 두고 제대로 해볼 생각으로 연습했다.


8월

런데이를 시작함!

점점 살이 빠져가는게 느껴졌다.
어느덧 처음 시작했던 몸무게에서 57kg까지 빠졌다.
런데이 총각이 바람을~~ 느껴보세요~~ 하면 비록 실내지만 바람이 부는 듯 했고 ㅋㅋㅋ 재밌게 운동했다.

57키로까지 살이 빠지니 욕심이 생겼다.
좀만 더 하면 되겠는데?

알바는 9월까지만 하겠다고 말씀 드렸다.
일단 진상들이 너무 많아서 스트레스 받기도 하고
무엇보다 알바 갈 시간에 운동해야 하니까...

9월

55키로까지 빠졌다. 어제 운동하고 왔을 때 기준 54.6kg! 하지만 오늘 기준 55.1kg 헤헤 ㅋㅋㅋ 또 운동해서 빼면 돼

근데 먹는 걸 엄청 줄였더니 정신이 이상해졌다. 막 면접장에서 몸무게 쟀더니 3키로가 더 나가는 바람에 기계 이상하다고 싸우는 꿈도 꾸고, 갑자기 기계가 오류나서 50kg로 나오고 바로 contract 쓰러가는 꿈도 꾸고 (감격스럽고 날아갈 듯이 기뻤다ㅋㅋㅋ) 먹고 싶은 음식 다 먹고 아 나 망했다 어떡해 ㅠㅠ 하면서 울던 꿈도 꾸고... 일어나서 휴 꿈이었구나 다행이다 하는데 비하하는게 아니라 진심으로 스스로 정신병자같았음.

다이어트에 미쳐버려서 강박증 엄청 심해진 것 같다. 만약 내가 지난 면접 때 5키로만 더 빼고 가서 유니폼을 무사히 착용했더라면 8키로까지는 안 빼도 되지 않았을까 계속 망상하고..ㅠㅠ 어쨌든 내 1차 목표 몸무게 54kg까지 근접하게 왔다. (수치상 62kg - 8kg = 54kg) 심지어 그렇게 혐오스럽고 싫었던 가슴도 완전 작아졌다!!! 허리는 힘 안 주면 24인치, 힘 주면 23인치가 됐고 이제 S사이즈 옷도 들어간다. 하지만 생리가 시작되면 아무리 운동을 해도 몸무게가 더 나가기도 하고, 헤어 받고 원피스 입으면 1kg는 훌쩍 더 나가니까 감안해서 52-53kg까지는 빼야 회사에서 원하는 -8kg가 비로소 완성될 것이기에... 9월 한 달 간 53키로 굳히기가 내 목표다. 그리고 10월에는 52키로까지 수분도 다 빼고 똥도 다 빼고 면접장 가야지! 👍

내가 머리가 딸려서, 아니면 언어가 딸려서 불합격도 아니고.... 몸무게 때문에 최종합격을 못했다는게 스스로에게 너무 한심했고 슬프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모든 것들을 감수하고서라도 가고 싶은 회사이기에 계속 노력할 것이다. 독하게 마음 먹자!! 파이팅!!!!!!

 

10월

UPDATED!

 

8월 부터 피부과를 열심히 다니며 흉터 치료를 했지만 면접 전날까지만 해도 흉터 때문에 떨어지진 않을지.. 고민하며 기도하다 잤다. 그리고 대망의 면접날!!! 일어나서 몸무게를 재니 51kg 달성 ㅎㅎ 세상에서 살 빼는 게 제일 쉬웠어요! (사실 피부 흉터 같은 건 내가 노력해서 되는 영역이 아닌데, 영어 실력이나 다이어트 등은 100% 나의 노력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쉬운 게 맞다)

헤어 예약해 놓은 샵에 가서 깻잎머리로 최대한 가려달라 부탁 드리고 면접장 입장 ㅎㅎㅎ 홀딩된 분들 꽤 많았구나... 같이 도란도란 약간의 수다를 떨다가 유니폼 입는 곳으로 입장! 유니폼 입은 채로 워킹해봐라, 가드름 등드름 체크, 피부 여드름 체크 까지 다 하고 고개 끄덕이시더니 잠시 대기하니 내 이름이 불림!! 그렇게 가계약을 하게 되었다 ㅎㅎㅎㅎㅎㅎㅎㅎ 감사합니다 하나님!

사실 지난 채용 때 가슴 사이즈로 인해 유니폼 착용이 불가능했는데, 이번에 무려 s 사이즈가 들어갔다... 신축성 하나도 없는 옷인데!!! 인간 승리다 ㅠ.ㅠ 하루하루 고통받았던 과거의 내 덕분에 이렇게 웃을 수 있게 되었다!!! 아직 비자 처리 과정에 있어서 100% 합격이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ㅎㅎ.. 그래도 99% 합격! 이라고 볼 순 있겠지 하하

벌써 부동산 알아보고 그랬는데 studio 방값만 무려 300만원 ..덜덜
아이패드, 애플워치, 라섹, 캐리어.. 등등 준비해야 할 것들도 너무 많다 ㅠㅠ
전세금 빼면 다 해결 볼 수 있으려나..
그리고 생각보다 붙은 사람들이 너무 어린 것 같아서 걱정이다. 나는 언니들이랑 잘 맞는데.. (최근까지도 카페 알바를 하면서 어린 친구들에게 살짝 편견 있음...ㅎㅎ)

여튼 합격 사실을 친구들과 가족에게 알리니 다들 너무너무 축하해줬다 ㅎㅎ
남자친구가 새벽 부터 차로 샵이랑 면접장까지 태워다줬고, 끝나고 나서 내가 그토록 갈망했던 음식들을 같이 사먹음!
그동안 회사 그만두고 자잘한 생활용품부터 피부과 시술까지 오빠 카드로 생활하다시피 해서 사실 내 승준 90%는 오빠의 덕이 아닐까 싶다. 너무 고맙다... 이 은혜 잊지 않겠어 ㅠㅠ

그런데 그토록 먹고 싶었던 것들 하나하나 먹는 중인데 왜이리 기쁘지가 않지? 몸도 찌뿌둥하고 내가 상상한 그 맛이 아니라서 실망스럽다.. 술을 마셔도 안 행복하다 ㅋㅋㅋ 다시 운동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