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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미리쓰는 실연에 대처하는 방식> 서영아


아무 것도 아니란다. 얘야. 
그냥 사랑이란다. 
사랑은 원래 달고, 쓰라리고, 
떨리고, 화끈거리는 봄밤의 꿈 같은 것. 

그냥 인정해버려라. 
그 사랑이 피었다가 지금 지고 있다고. 

그 사람의 눈빛, 
그 사람의 목소리, 
그 사람의 몸짓, 
거기에 걸어두었던 너의 붉고 상기된 얼굴. 

이제 문득 그 손을 놓아야 할때.. 
어찌할 바를 모르겠지. 

봄밤의 꽃잎이 흔날리듯 
사랑이 아직도 눈앞에 있는데 
니 마음은 길을 잃겠지. 

그냥 떨어지는 꽃잎을 맞고 서 있거라. 
별 수 없단다. 
소나기처럼 꽃잎이 다 떨어지고 나면 
삼일쯤 밥을 삼킬 수도 없겠지. 
웃어도 눈물이 베어 나오겠지. 
세상의 모든 거리, 세상의 모든 음식, 
세상의 모든 단어가 그 사람과 이어지겠지. 

하지만 얘야.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야 비로소 풍경이 된단다. 
그곳에서 니가 걸어나올 수가 있단다. 
시간의 힘을 빌리고 나면 사랑한 날의, 
이별한 날의 풍경만 떠오르겠지. 

사람은 그립지 않고 
그 날의 하늘과 그 날의 공기, 
그 날의 꽃향기만 니 가슴에 남을거야. 

그러니 사랑한 만큼 남김없이 아파해라. 
그게 사랑에 대한 예의란다. 
비겁하게 피하지 마라. 
사랑했음에 변명을 만들지 마라. 
그냥 한 시절이 가고, 너는 또 한 시절을 맞을뿐. 
사랑했음에 순수했으니 
너는 아름답고 너는 자랑스럽다.